올해 6월 막 더워지기 시작했을 때 나는 4계절 가을인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로 출장을 갔다.
약 한달간의 출장이었으며 짧지만 많은 것을 보고, 먹고, 경험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먼저 내가 다니는 회사는 교통 인프라를 구축하는 회사이고 해외사업에 몰두하고 있는데 그중에서 대표적으로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 D.C의 철도공사와 계약을 맺고 철도공사가 관리하는 모든 역에 역무자동화설비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수주하여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 동부에는 여러 법인 사무실이 있다.
하지만 이번 샌프란시스코 프로젝트는 미국 서부이고,
서부에는 여태 수주한 계약이 없었기 때문에 사무실부터 구했어야 했다.
경영지원의 도움으로 고객사인 샌프란시스코 철도공사 사무실과 인접한 곳에 사무실을 구해
가구 하나하나 사서 조립하고 꾸미고, 본 목적이었던 인터페이스 문서 설계를 위해 문서작업과
철도공사 고객사와의 잦은 미팅을 가졌다.
나는 SW 엔지니어이자 개발자로 출장을 왔지만 이번 출장 자체가 인터페이스 설계문서를 작성하고 고객사와 협의하고 피드백을 받아 문서에 반영하고 최종본을 제출하는 것이 목표이기도 해서 굳이 따지면 해외영업에 더 가까웠지 않았나 싶은데 나는 더군다나 유학파이기도 해서 사원임에도 불구하고 미팅에서 동시통역을 하고 회의록을 적는등
여러 언어적인 업무를 동시에 부여받았고 그걸 다행히 잘 해내다보니 그러한 업무가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내가 대학도 문과로 나오고 첫 직장도 해외영업이었지만 개발자로 전향해서 신입으로 시작했는데
문서작업과 통역을 주로 하고 있으니 개발자로서의 나의 커리어가 꼬이는 것은 아닐까? 고민도 됐다 솔직히.
하지만 개발자가 진짜 코딩만 하는 코더가 아닌 뛰어난 커뮤니케이션 능력으로
고객의 요구사항을 캐치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경험들이 훗날 큰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개발자라 하더라도 어떤 회사의 비즈니스를 제대로 파악하기 전까지는 핵심적인 기능을 개발하는데 한계가 있는데 이 비즈니스를 파악함에 있어서 고객사를 직접 만나서 회의를 진행한다는 것은 속성으로 과외를 받는것과 크게 다를 게 없었다.
해서 성공적으로 모든 회의를 마치고 문서를 제출하며 한동안 묵혀뒀던 영어실력을 갈고 닦을 수 있었고
주말엔 다양한 곳에 방문했는데 주로 피어 하버, 실리콘 밸리, 스탠포드 대학, 산타나 로우, 요세미티등이 있다.
다음 출장은 무려 3개월로 이번에 제출한 인터페이스를 토대로 본사에 돌아가 개발한 소스를 가지고 직접 고객사에 가서 설치하고, 테스트 하고, 교육해주는 일정이다. 일종의 역무자동화설비시스템의 백오피스를 설치한다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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